디자인을 넘어, ‘삶’이 채워진 공간
10년 전쯤 설계한 집 앞을 지나던 길, 호기심에 담너머를 보는데,
집주인 분이 나오셔서 사뭇 어색한 상황.
이 집 설계한 사람입니다, 란 말에 주인분이 선뜻 대문을 열어주셨다.
집 안은 설계 때 상상했던 미니멀한 공간의 효율적인 배치와는 전혀 달랐다.
거실의 헌책방 냄새와 사연이 담겨있는 물건들,
중년 부부의 편안한 목소리와 차 한 잔의 온기,
서로 어울리지 않는 세간살이가 가득했지만,
모든게 조화롭고 따듯했던 오감의 기억.
사뭇 강렬했던 그 날의 기억으로
그 후로는 설계를 할 때마다, 디자이너가 물러난 후,
공간의 주인에 의해 채워져가는 삶의 모습도 배려하게 된다.
더욱 생생하게 진화할 삶의 모습을.
by. KW
#dear_work